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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산부인과'에 개원가 한숨

'찾아가는 산부인과'에 개원가 한숨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8.06.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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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개원가 충격에 휩싸인채 초긴장
경상남도에서 타 지역으로 확산 조짐

▲ 저출산 대책으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경상남도의 '찾아가는 산부인과'.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임신부의 출산을 도와줌으로써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지만 해당 지역 개원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다른 시·도와 차별화한 출산장려 시책을 펴겠다며 경상남도가  지난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이 의료계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상남도는 도청 광장에서 3월27일 '찾아가는 산부인과' 발대식을 가진데 이어 이튿날인 28일 하동군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임신부의 출산을 도와줌으로써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계에 던진 충격파는 매우 크다.

산부인과 전문의·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찾아가는 산부인과'팀은 도내 10군데 군지역 보건소를 월 1∼3회 순회하며 산전기본검사(5종)를 비롯, 초음파 검사·태아기형검사등을 해주고 있다.

임산부 1인 기준으로 13회 진료에 약 50만원의 산전 진찰비가 소요 는데 이 예산은 전액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경상남도는 진료및 검사비와 버스·X선 촬영기·초음파진단기 등 운영비 등에 7억원 가까이를 책정했다. 예산은 경상남도가 부담하고 진료서비스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했다.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지역 개원가가 초긴장 상태다.

특히 산청·함양 등 인근 군지역 임신부를 많이 진료 해 온 진주권 산부인과 개원가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전라남도 등 다른 시·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찾아가는 산부인과' 진찰팀이 특정 병·의원을 연계병원으로 지정해 그곳에서 분만하도록 알선하는 행위를 하다 경상남도의사회가 "임의로 환자를 알선하는 행위는 의료법위반"이라며 시정을 촉구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없던 일로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21일 대구에서 전국지부장회의를 열어 '찾아가는 산부인과'에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의료계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현장을 가다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임신부 특히 다자녀를 출산하는 결혼이민자를 위해서는 해야 할 것 같고, 산부인과 선생님을 위해서는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18일 경남 산청군보건소에서 만난 인구보건복지협회 소속 남 모 대리(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남 대리는 "산부인과가 위기라고 하는데 이걸 해서 되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걸린다"고도 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 한 남 대리는 1주일에 서너번 진찰팀과 이동용 버스에 동승해 경남지역 군보건소를 돌고 있다.

이날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찾아가는 산부인과'진찰팀에게 친찰을 받기로 등록을 마친 22명 가운데 오전에 15명만 진찰을 받고 돌아 갔고 오후에는 개점 휴업(?)상태였다.

이동용 버스에 올라 선 기자를 산부인과 전문의인 서 모 공보의와 임상병리사가 반겼다.

"그렇지 않아도 산부인과가 어려운데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서 모 전공의는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묵묵 부답이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 안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실내가 꽤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고 여러 의료장비가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한참을 더 기다려 봤지만 더 이상 찾아 오는 임산부가 없어 이내 발길을 돌렸다.

경상남도가 다른 시·도와 차별화된 출산장려시책을 펴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3월 27일 도청 광장에서 발대식을 갖고 도내 10개 군지역을 순회하며 벌이고 있는'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이 시작된지 거의 석달째.

경남 의령군에 살고 있던 임신부가 진주에 있는 병원에서 산전진찰을 받고 귀가하다 교통사로로 숨진사고가 계기가 돼 사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도내에선 "군단위 지역의 출산 인프라가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진찰을 받고 가다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냐"며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급기야 '찾아가는 산부인과'로 결실을 맺게된 셈이다.

경상남도의 경우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출생아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10개 군지역에 있던 10군데 산부인과도 최근 덩달아 크게 줄었다.

함안과 창령·고성·남해군에 1군데 씩과, 거창 3군데 등 5개군 9군데가 전부다. 그나마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거창에 있는 1곳이 유일하다는 게 도 관계자의 말이다.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은 경남 저출산대책팀이 총괄하고 의료서비스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상은 10개군 지역 임신부.요즘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아 10명 중 2명 정도는 결혼이민자다.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5군데 지역에 살고 있는 임신부는 '집중관리 대상자', 산부인과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5군데 지역 임신부는 '선택관리 대상자'로 분류해 각종 산전검사를 해준다.

경남 지역 전체 임신부는 줄잡아 3만 3282명 정도. 이 가운데 군지역 임산부는 3667명인데 실제로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인원을 1350명 정도(보건소 등록 임신부 기준)로 파악하고 있다.

산전진찰을 받겠다고 등록한 임신부가 지정한 날에 해당 지역 보건소로 가면 5종의 산전기본검사와 초음파검사·태아기형아검사를 해 준다.

이동산전 진찰반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도지회 소속 의사(1명은 공중보건의사)와 간호사·임상병리사·사회복지사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소요 예산은 진료비 및 검사비로 1억 3000만원(검사비·기본 산전진찰비 32만원) 장비 구입비로 3억8500만원(이동용 버스·X선 촬영기·초음파진단기·심전도 등) 운영비 등 1억6500만원을 포함해 모두 6억 8000만원이 투입됐다.

'찾아가는 산누인과'사업이 활성화하면서 개원가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개원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산부인과 개원가의 목줄을 조이는 행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마냥 반대하고 나설 수만은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 사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른 시·도도 앞 다투어 경남도의 사례를 밴치마킹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경우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곧 가동키로 하는 등 전국적인 확산 조짐이 감지되면서 의료계의 긴장감을 커지고 있다.

얼마전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여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의 성공을 축하하고 사업내용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려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특정 지자체가 출산률을 높인다는 핑계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임산부에게 산전검사를 해 주는 것은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인기몰이식 선심행정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상남도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산전진찰을 한 임산부에게 9곳을 연계병원으로 지정,연계병원에서 분만을 하도록 권유했다가 경상남도의사회가  특정 산부인과 병·의원을 멋대로 지정해 환자를 알선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행위라며 반발하는 바람에 지정병원을 없애기로 하고 서둘러 홍보 리플렛을 다시 제작하는 등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상남도의사회 김홍양 회장은 "임산부에게 산전검사를 해 줘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연계병원을 지정한 것을 말이 안되기 때문에 의사회 차원에서 시정을 촉구한 것"이라며 "앞으로 범의료계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상남도 저출산대책팀 조현명 팀장은 19일 '찾아가는 산부인과'사업과 관련,"지역 의사 특히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걱정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지만 기존 의료기관을 이용하던 임산부를 뺏어오는 게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포함해 산전검사를 아예 받지 않고 있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통상 서부 경남을 진주권·동부 경남을  김해권·중부 경남을 마산권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특히 진주권 산부인과 개원가의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주권에서는 그동안 산청·함양·거창·하동 지역 임산부를 많이 진료해 왔는데 이 사업이 시작되면서 눈에 띄게 환자가 줄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기존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임산부만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지역 산부인과 개원가의 타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경남도 관계자의 말과는 상치되는 대목이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경남도지부장인 김인재 원장(미래산부인과)는 "아직 개원가가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타격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산전진료는 이동진료팀에서 하고 분만을 다른 의료기관에서 할 때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문하고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임산부의 산전검사 보다는 의료취약지역의 미숙아관리와 같은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오는 21일 대구에서 열리는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전국 지부장회의 때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및 모자보건법에 따라 저출산 문제의 극복을 위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군지역 임산부의 산전진찰을 통해 건강한 임산부,건강한 신생아 출생을 위한 것임을 감안해 사업의 취지를 이해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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